가지는 내게 오랜 숙제 같은 채소였다.
15년 가까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길러온 채소이지만, 언제나 낯선 채소이기도 했다.
요리사가 식재료 혹은 농업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좋은 요리를 선보일 수 있듯,
농부도 음식, 요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이 없다면 좋은 농사를 짓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나는 가지를 잘 먹을 줄 몰랐고,
내가 길러내는 가지의 맛과 식감이 요리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어쩌면 매해 반쪽짜리 가지 농사를 지어왔다.
이제 나머지 반쪽을 채우기 위해,
가지의 모든 것을 새로이 배워가고 있다.
가지의 세계가 이토록 흥미로울 줄이야..
매일이 가지 삼매경이다..
어쩔 수 없이, 일본자료를 많이 찾아보게 되는데,
가지 사랑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이런 캐릭터를 볼 때마다 쏘옥 빠져들고
채소를 마주하며 바보 같은 상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 안도한다.
나도 가끔은 (솔직히는 자주) 채소를 마주하며
그들에게서 표정을 보고, 성격을 읽으며
쓸데없이 채소의 MBTI를 혼자서 끄적여 보기도 하는데,
너무도 잘 표현된 가지스러움
거기에 문화를 입혀
가지가 인도인이 되기도 하고, 일본인이 되기도 하다니..
안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지..
쓸제없지만 그러나 일본에게 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