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채소 하나, 호박
아침과 저녁에는 영락없는 가을이, 낮에는 여전히 여름 기운이 감도는, 9월은 열매채소가 참으로 맛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중 먼저 만나볼, 열매채소는 호박입니다.
저는 우리 식문화에서 호박이 그 다양한 품종과 쓰임에 비해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채소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호박은 크게는
풋채소로 먹는 호박 품종과,
완숙채소(익은채소)로 먹는 호박 품종이 있습니다.
사실 모든 열매채소가 그렇습니다.
풋으로 먹는 열매채소가 있고, 익혀서 먹는 다시 말해 풋과실이 아닌 성숙한 과실을 먹는 열매채소가 있습니다.
열매채소가 겪는 두 개의 시간, 성장과 성숙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것 같지만, (잠시 더 말씀드려 보면) 대부분의 열매채소는 꽃이 피고, 수정이 되어 열매가 맺히면 크게 두 가지 시간을 갖습니다.
하나는 '성장'의 시간이고, 또 하나는 '성숙'의 시간입니다. 열매는 먼저 일정 크기로 '성장'하고, 성장을 마치면 성숙의 시간을 갖습니다.
가지와 오이 같은 채소들이 풋과실을 먹는 대표적인 채소이고, 토미토, 파프리카, 무화과 같은 채소들이 익은과실을 먹는 채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파프리카나 오이 처럼, 풋과실과 익은과실을 모두 먹을 수 있는 열매채소도 있습니다.

풋-호 박
다시 호박으로 돌아오면
풋과실을 먹는 대표적인 품종은 애호박이고 흔히 말하는 동양계 호박 품종입니다. 동양계 품종이니까 동양이 원산지이겠지? 하고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호박 이야기애서 다시 드리기로 하고요.
하지만 이번 9월 레슨박스에서 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풋호박은 애호박 품종이 아닌, 바로 페포계 호박, 다시 말해 쥬키니 호박입니다.
다른 품종에 비해 가장 늦은 1955년도에 들어온 쥬키니는 (제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채소입니다.
한국에서 쥬키니는 애호박 대용품 정도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애호박보다 추위에 강한 까닭에, 애호박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기르고 쓰이는 채소정도로 대우 받고 있습니다.
또 아니면 돼지호박이라는 별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료호박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쥬키니는 품종별로 맛, 식감, 빛깔이 정말 다양한 채소입니다. 특히 이탈리아 지역에서 많이 발전한(아니 많이 사랑 받은) 채소인데, 이탈리아에서는 그 품종과 쓰임이 다양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여러 품종 중에, 줄무늬 쥬키니와 둥근 쥬키니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익은 - 호박
이어 완숙호박도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지만,
이번 9월 박스에는 버터넛 스쿼시, 허니넛 스쿼시, 코기넛 스쿼시, 델리카타, 단호박 종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채소박스 크기에 한정이 있어, 모든 완숙호박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2~3종류를 함께 담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풋호박 종류도 품종에 따라 특징을 달리하듯이 완숙호박 역시 품종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전분을 뿌리(예 : 고구마) 또는 줄기(예 : 감자), 열매(예 : 호박) 등에 저장하는 채소는 전분과 수분의 비율, 종류 또 단백질의 함량 등에 따라 '점질(粘質/Waxy)'과 '분질(粉質/Starchy)'으로 나누어 구분 하곤 합니다.
보내드리는 여러 호박들은 품종에 따라 점질과 분질의 차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이를 보입니다.
같은 분질성의 단호박이라 하더라도 미묘한 또는 확연한 식감과 맛의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다양한 차이를 다양한 쓰임으로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징에 따라, 쪄서 먹거나 오븐에 굽거나, 튀기거나, 부치거나, 죽이나 스프로 또는 베이킹에 떡 만들기 등등에
쓰이는데 제가 아직 요리에는 지식과 경험이 많이 부족한 터라, 여러분들께서 그 다양한 쓰임을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선하지 않아야, 맛있는 채소
마지막으로 하나 더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통 채소는 '신선해야 맛있다'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이 맞지만 모든 채소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구마와 (완숙)호박이 그 대표적인 예일텐데,
신선할 때가 아닌 후숙되는 과정(전분질이 당분질로 바뀌는)에서 제 맛과 풍미를 내게 됩니다.
이런 채소를 후숙채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완숙호박도 그래서 일정시간 후숙기간..그러니까 수확해서 익히는 일종의 숙성과정 숙성기간이 필요한 채소입니다. 9월에 보내드리는 완숙호박들은 한달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친 호박들이니까 그냥 드셔도 됩니다.
이어서 파프리카 , 미니오이, 가지를 말씀 드려야 하는데 너무 이야기의 호흡이 길어지니, 우선 여기서 마무리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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